Hanjin Kim

소련이 잿더미가 되기까지 - 소련 경제 논리 보고서

소련은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나라였다. 핵무기와 우주선을 만든 나라였다. 그 나라의 경제가 1991년에 무너졌다. 흔한 설명은 이렇다. 시장이 없어서 가격이 제 역할을 못 했고, 그래서 자원이 낭비되었다는 것이다. 이 글은 그 설명을 다시 하지 않는다. 소련이 믿었던 경제 논리 자체를 보려고 한다. 그 논리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데는 정확했지만, 경제를 운영하는 데는 처음부터 맞지 않는 것이었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상품의 가치는 그 생산에 들어간 노동시간이 결정한다. 자본가의 이윤은 노동자가 만든 가치에서 떼어낸 것이다. 이 설명은 이윤이 어디서 나오는지 밝히는 데는 강하다. 하지만 경제를 운영하는 일은 이윤의 출처를 밝히는 일이 아니다. 무엇을, 얼마나 만들지를 정하는 일이다. 그 결정에는 가치를 측정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자본주의에서 그 장치는 시장이다. 사람들이 사고팔면서 가격이 정해지고, 그 가격이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넘치는지를 말해 준다. 소련은 그 장치를 없앴다. 가격은 국가가 정했고, 국가가 정한 가격은 수요를 반영하지 못했다. 일부 기본 식품의 가격은 수십 년 동안 그대로였고, 가격은 부족도 넘침도 알려 주지 못했다.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정하는 사람은 그 정보 없이 계획을 세워야 했다. 가격을 믿지 못하니 계획은 물리량으로 세워졌다. 톤, 개수, 미터. 물리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이 담지 못하는 것이 있다. 질과 종류와 선호다. 못을 톤 단위로 세는 계획에서 공장은 무거운 못을 만드는 쪽이 유리하다. 가벼운 못이 더 필요해도 계획 지표는 무거운 못을 요구한다. 물리량 계획은 제품의 종류를 세분하지도 못한다. 계획서에 "못 1만 톤"이라고 적히면 굵기와 길이는 지표 밖이다. 지표에 없는 것은 신경 쓸 이유가 없다. 품질과 다양성은 계속해서 희생되었다. 계획을 채운 물건과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이 다른 일이 일상이 되었다.

사람을 움직이는 문제도 있었다. 마르크스주의는 노동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본다. 노동 자체가 보상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소련은 처음에 물질적 보상보다 충성과 경쟁 같은 도덕적 유인을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 노동자는 추상적인 사회적 필요를 위해 움직이지 않았다. 국가는 얼마 못 가 임금 격차를 도입했다. 숙련노동자와 기술자에게 더 많은 돈을 주는 정책이었다. 그것으로도 부족하자 1940년에는 허락 없이 직장을 옮기는 것을 범죄로 만들었다. 새로운 인간이 오지 않자 국가는 돈과 처벌이라는 가장 오래된 방법으로 돌아갔다. 이념이 약속한 인간과 실제 인간의 차이를, 강제로 메운 것이다.

축적의 문제도 비판했던 구조를 반복했다. 자본가의 이윤은 노동자의 잉여노동 위에 선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비판이었다. 그런데 공업화를 하려면 소련도 잉여가 필요했다. 그 잉여는 농민에게서 나왔다. 곡물을 강제로, 낮은 가격에 사들였다. 그 과정에서 대규모 기근이 일어났다. 사적 소유를 없앴지만 잉여를 떼어내는 구조는 그대로였고, 주인만 국가로 바뀌었다. 더 중요한 차이는 검증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자본가가 투자를 잘못하면 손실과 파산이 그를 가르친다. 국가의 투자를 가르칠 장치는 없었다. 잘못된 투자가 무엇인지 알려 줄 신호가 없었으므로, 자원은 중공업에 계속 투입되었고 그 투입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근거도 없었다. 돈도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계획경제에서 기업이 쓰는 돈은 실제 돈이 아니었다. 자재는 계획으로 배분되었고, 기업은 돈이 없어도 돌아갔다. 손해를 봐도 망하지 않았다. 망하지 않는 기업은 아낄 이유가 없다. 자재는 미리미리 비축하고, 비축은 다시 부족을 만들었다. 소련에서는 줄을 서야 사는 물건이 늘 있었다. 국가가 정한 가격과 계획 배분이 만든 품귀였다. 한편 일상은 공식 경제 밖에서도 돌아갔다. 아는 사람을 통해 구하고, 가진 것을 주고받는 그림자 경제였다. 화폐를 없앤 것이 아니라, 공식적으로는 의미 없는 돈과 실제로 통하는 돈이 따로 생긴 셈이었다.

소련은 자본주의의 결함이 시장이라는 제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측정의 어려움, 동기의 문제, 잘못된 판단의 교정은 시장이 없어도 존재하는 문제다. 희소성과 인간의 동기라는 조건에서 나오는 문제다. 소련은 시장을 없앰으로써 그 문제들까지 없애려 했지만, 문제들은 다른 이름으로 남았다. 소련이 끝내 하지 못한 일은, 시장이 하던 역할을 대신할 장치를 만드는 것이었다. 가격이 모아 주던 정보, 이윤이 만들어 내던 동기, 손실이 수행하던 교정. 그것들을 대체하지 못한 채 70년을 버텼고, 1991년에 무너졌다. 자본주의가 이겨서가 아니다. 소련 경제가 무너진 것은 자기 논리만으로는 경제가 필요로 하는 장치를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