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jin Kim

서울국제고등학교 기숙사 학생 인권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답을 내놓았습니다.

매일 오전 6시 40분에 기상해 단체 점호에 참여하고, 불참하면 벌점을 물던 기숙형 고등학교의 아침운동은 인권침해라는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그 판정을 받은 학교보다 일찍 기상하고, 더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학교가 아직 있습니다.

서울국제고등학교입니다.

여기서는 몸이 아파도 병결이 인정되지 않고, 불참하면 벌점이 붙으며, 빠진 사람은 공개적으로 모욕당하고, 내일은 4도가 예상되는 아침에는 누군가의 방문 일정을 이유로 얇은 도복까지 요구합니다. 학교는 이 모든 것을 '체력 증진'과 '기숙사 공동체의 규율', '보람', 그리고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설명합니다. 그러나 그 이름 뒤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학생의 아침 전체를 학교가 일방적으로 차지하는 구조입니다.

첫째, 이 조치는 인권침해로 판정이 끝난 선례와 동일한 구조입니다.

2024년 3월 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경북의 한 공립 기숙형 고등학교에 대해 아침운동 강제 중단과 기숙사 운영규정 개정을 권고했습니다. 그 학교에서는 전교생 300여 명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매일 오전 6시 40분에 기상해 단체 점호에 참여했고, 이유 없이 불참하면 벌점을 물었습니다. 벌점이 쌓이면 반성문, 봉사활동, 학부모 면담, 선도위원회로 이어졌습니다. 학교 측은 25년간 이어진 전통이며 체력 증진을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인권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학생은 교육의 수동적 관리 객체가 아니라 엄연한 주체이며, 기상 시각 지정에서 점호와 벌점까지 이어지는 전원 강제는 행동자유권과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우리 학교를 그 선례 위에 겹쳐 보십시오. 기상 시각은 6시 30분으로 '인권 침해' 권고가 내려온 학교보다 더 일찍 기상합니다. 여기에 동일한 단체 점호와 불참 벌점까지 있습니다. 밤늦게 마무리되는 기숙사 생활에서 아침 기상은 수면 시간을 그만큼 깎아 먹는 값이기도 합니다. 기숙사를 운영하면서 아침 단체운동을 강제하지 않는 학교들이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도 같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하나뿐입니다. 그 학교의 아침운동이 약 20분의 산책이었다면, 우리의 태권도는 그보다 강도가 높은 훈련이라는 점입니다. 그 학교 학생들의 아침은 걷는 20분이었지만, 우리의 아침은 기합과 발차기, 땀이 얹힙니다. 밖에서 보면 운동으로 보이는 것이, 매일 그 몸으로 겪는 학생에게는 인권침해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서 판정이 끝난 사안보다 강한 형태를 지금 겪고 있는 것이 우리입니다.

둘째, 목적의 정당성은 수단의 강제성을 정당화하지 못합니다.

2025년 9월 18일, 인권위는 또 하나의 기숙형 고등학교가 야간자율학습을 의무화한 사안에 대해서도 인권침해 결정을 내렸습니다. 학교가 학력 향상과 사이버폭력 예방을 목적으로 제시했음에도, 인권위가 문제 삼은 것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었습니다. 학생의 밤 시간 전체를 학교가 배분하는 것 자체가 자기결정권과 휴식권의 침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목적이 정당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전원 강제와 벌점 연동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반복된 법리입니다.

서울국제고등학교의 야간강제학습 또한 동일합니다. 기숙사 학교라는 특성상 '규율'에 맞춰 생활해야 한다는 논지, 그리고 '인력 부족으로 인한 소음 통제 불가'라는 논지를 통해서 기숙사에 출입하지 못하고 야간강제학습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입니다. 규정 자체는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지만, 그 규정을 벗어나는 방법은 가정의 형편에 따라 달라집니다. 부모님이 여유가 되는 학생은 자녀를 데려가 집에서 쉬게 할 수 있고, 대다수 학생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같은 규정이 어떤 학생에게는 선택이고 어떤 학생에게는 강제가 되는 순간, 그 규정은 더 이상 평등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재 제가 분노하는 태권도에 대해서 이 판단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목적이 아무리 좋더라도, 몸이 아픈 학생이 쉬려고 해도 실질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병결, 불참에 붙는 벌점, 참석하지 못한 사람에 대한 공개적 모욕은 강제를 떠받치기 위한 장치일 뿐입니다.

여기에서 학교 측은 "우리는 강제한 적이 없다"고 반박할 수 있습니다. 학생을 물리적으로 끌어내는 수단은 없었다고요. 그러나 이 항변은 벌점이라는 단어 앞에서 스스로 무너집니다. 불참에 대가를 미리 붙여놓으면 학생의 선택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계산이 되고, 계산이 된 선택은 강제의 결과입니다. 게다가 벌점으로 막히지 않는 영역에서도 강제는 이어집니다. 야자 시간에 학생을 찾아가 참여해야 하는 이유를 일일이 설명하고, 설득하고, 다시 불러내는 행위가 그것입니다. 불이익이 예견되어 있는 자리에서 반복되는 압박은 정중한 요청이 아닙니다. 학생이 원해서 하는 운동과 학생이 겁먹고 하는 운동은 같은 운동장에서 일어나도 전혀 다른 것입니다. 강제는 목줄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학생이 거절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은 모든 장치를 가리킵니다. 그 장치를 학교가 설치해 놓은 이상, 이것은 강제입니다.

셋째, 사적 공간에 대한 단속에는 최소한의 원칙조차 없습니다.

남자 화장실에 여자 사감 선생님이 들어와 나오지 않는 학생을 단속하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화장실은 학생들의 신체와 관련된 가장 기본적인 사생활의 공간입니다. 같은 구조가 방 점검에서도 나타납니다. 이성 사감 선생님이 학생의 방에 들어와 점검하는 일도 있습니다. 기숙사가 공동체 공간이라는 이유로 이 공간들까지 단속 대상이 된다면, 학교가 학생에게 남겨 둔 마지막 사적 영역은 어디입니까? 공동체 규율을 명분으로 개인의 존엄을 깎아내는 지도가 있다면, 그 지도는 방향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기숙사가 공동체 공간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공동체 운영과 개인의 존엄은 양자택일의 관계가 아닙니다. 화장실 단속이든 방 점검이든, 동성 사감이 수행하고 시간과 절차를 사전에 고지하며 단속보다 안전을 목적으로 삼는 최소한의 원칙만 있으면 규율과 인권은 함께 갈 수 있습니다. 그 원칙이 지금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남자 화장실에 여자 사감 선생님이 들어와 나오지 않는 학생을 기다리는 광경은 공동체의 규율이 아니라 공동체의 품위를 무너뜨리는 광경입니다.

넷째, 방문을 앞두고 도복을 강제하는 것은 학생을 수단으로 쓰는 일입니다.

총괄사감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의 방문이 예정되었다는 이유로, 4도가 예상되는 아침에 얇은 도복을 필수적으로 입도록 요구받았습니다. 지금까지 학생들은 상의는 아우터를 입더라도 하의는 도복을 입으며 최대한 맞춰 왔습니다. 그 타협마저 빼앗고 '더 열심히 해서 땀을 내'라고 도복 강제를 정당화하는 것은 학생의 건강을 위한 지도가 아니라 방문 일정을 위한 무대 장치입니다. 인권은 어른의 호의로 용인받는 선물이 아니라 학생에게 보장된 권리입니다. 학생을 본인의 입지 관리를 위한 수단으로 쓰는 일은 학생 인권 자체를 무시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학생만이 아니라 학생회장단, 학부모와 학부모회, 사감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교사가 좌시해서는 안 되는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다음을 요구합니다.

불참에 대한 벌점 조항을 폐지할 것. 건강 사유를 인정하는 실질적인 병결 절차를 마련할 것. 불참 학생에 대한 공개적 모욕을 금할 것. 계절과 날씨를 반영하지 않는 도복 강제를 철회할 것. 화장실과 방 점검을 포함한 사적 공간에 대한 단속에 동성 사감 배치와 사전 고지라는 최소한의 원칙을 둘 것. 이름과 실체가 다른 '야간자율학습'에는 가정 형편과 무관하게 적용되는 공정한 기준을 둘 것. 그리고 체력 증진이라는 목적은 강제가 아니라 자율과 유도로 달성하는 운영으로 전환할 것.

규율을 숫자와 벌점으로 세우면, 학생의 동의를 잃은 순간 그 규율은 이미 무너져 있습니다. 지금의 운영 방식에 저는 반대하며, 학생의 몸과 아침과 밤이 학생의 것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학우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합니다.



지금까지 도복을 고집하며 입어 온 저는, 내일 상의 아우터를 입고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