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jin Kim

서울국제고등학교의 '학급 임원 선출의 성별에 따른 인원 제한 조항 개정'에 대한 반대

(기존) 제36조-④ 2명의 부회장은 이성으로 선출하는 것이 원칙이나, 한 성의 학생들만 입후보했을 경우 동성으로 선출할 수도 있다.

(교칙 개정시) 제36조-④  2명의 부회장은 성별에 무관하게 선출한다.

저는 학급 임원 선출 시 성별 인원 제한을 폐지하자는 제36조 4항의 교칙 개정에 강력히 반대합니다.

현재 개정을 찬성하는 측은 ‘합리성’과 ‘역량 중심의 선출’을 내세우며 성별에 무관하게 동등한 경쟁을 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학교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면 이들이 말하는 '합리성'은 무조건적인 능력주의와 엘리트주의를 고수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며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소수의 목소리를 끝없이 묵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KakaoTalk_Photo_2026-03-30-12-38-44 출처: 서울국제고등학교 제18대 학생회장단

첫째, 현재의 찬성 여론은 다수결을 빙자한 ‘다수의 독재’입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 찬성과 반대의 비율이 76.4% 대 23.6%로 나타났습니다. 이 수치가 과연 개정안의 합리성을 증명하는 것일까요? 저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수치는 4:1 이상으로 벌어져 있는 우리 학교의 극단적인 성비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을 뿐입니다. 오히려 민주주의에서 다수결만을 고수하는 모순을 증명하며 다수 독재의 위험성을 대변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머릿수로 결정하는 다수결의 원리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다수의 뜻을 따르되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필연적 조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를 차지하는 성별이 압도적인 표 차이를 무기로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하는 것은 상대적 소수자의 의견을 철저히 묵살하는 폭력이자 방조입니다.

둘째, 출발선이 다른 상황에서의 무조건적인 능력주의는 불공정합니다. 찬성 측은 성별 기준이 무투표 당선 등 자질과 무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성비가 4:1 이상 차이 나는 복합적 불균형 상태에서 단순히 성별에 무관하게 표를 많이 받은 사람을 뽑자는 것은 절대적인 득표수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는 특정 성별에게만 구조적인 유리함을 안겨줍니다. 이는 기계적 평등일 뿐 실질적인 공정함이 아닙니다. 즉, 평등과 공정은 다릅니다.

셋째, 기존 조항은 차별이 아니라 ‘최소한의 대표성’을 위한 보호 장치입니다.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성별에 따라 겪는 고충이나 요구하는 바 입장이 다를 수 있습니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어 압도적인 다수 성별이 학급 임원을 독식하게 된다면 약 20%의 소수 성별 학생들의 의견과 권리는 적극적이게 대변될 창구를 잃고 학교 운영에서 서서히 보이지 않게 소외될 우려가 큽니다.

기존의 제36조 4항(이성 선출 원칙)은 누군가의 기회를 뺏기 위한 족쇄가 아닙니다. 학급 내에 성비 불균형으로 인해 한쪽 성별로 임원이 편중되는 것을 막고 양성 모두의 목소리가 학교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균형과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기준’입니다.

결론적으로, 숫자의 우위를 앞세워 소수자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것은 합리도 민주주의도 아닙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수결이라는 이름으로 소수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보장하고 서로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지켜내는 것입니다.

소수자의 의견이 묵살되는 동시에 특정 집단의 독재 구조를 정당화하는 이번 개정안에 저는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며 진정한 의미의 평등과 민주주의를 위해 학우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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